7년의 밤 - 정유정 :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편독이 정말로 심하다. 문체가 내 취향이 아니거나 100페이지까지 읽어도 재미가 없으면 견디지 못하고 책을 덮는다. 때문에 완독한 것보다 도중에 포기한 책이 더 많은데, <7년의 밤>을 집어 든 이유도 순전히 회사 서가에 읽을 만한 게 없어서였다. 언제나 그렇듯 죄책감으로 미적거리다가 반납하겠다 싶었지만, 방류한 댐물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홀린 듯이 읽어 5일 만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일과가 끝나자마자 바로 책을 집어 들어 새벽 2시에 이르러 간신히 멈추고, 그 다음날 그다음 장을 펼치기만을 기다렸다. 뭐랄까, 영화 <끝까지 간다>같은 소설이었다.  

 

   정유정 작가의 놀라운 점은 각 인물의 시점을 너무나도 생생하고 예민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진짜 그 사람이 된다. 뭐든 자기 손아귀에 놓고 싶어하는 영제의 입장을 읽다 보면 목 뒤에 솜털이 바짝 선다. 자꾸만 늪에 빠지는 현수의 심정도 은주의 답답한 마음도 작은 표현 하나 중복 없이 그 각자의 입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세령호의 터진 수문처럼 인물들을 걷잡을 수 없는 물결도 밀어 넣는데, 힘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촘촘하게 짜여있다. 핍진성이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확실히 아무리 잘 상상하고 포장한 문장이라도 취재를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는 못 이기는구나 다시 한번 느낀다. 다만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나도 전지적이 되는 게 아닌가 약간 아쉬움이 들지만, 그래도 내가 엄청난 소설을 읽었다는 건 틀림없다.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늘었고 읽어야 할 책이 몇 권 더 생겼다. 편독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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