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 - 엄마, 나도 선이었어 영화






  다행이야, 독립영화라 지루할까 봐 걱정했는데 참 잘 만들었더라. 엄마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니 와 닿는 게 더 많았을 거야. '이건 엄마들도 꼭 봐야 해.', '요새 애들 딱 저래.', '어쩜 저렇게 아이들 마음을 잘 캐치했을까?' 들뜬 마음으로 감상평을 쏟아내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같이 영화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위화감이 든 이유는 뭐였을까. "엄마, 나도 선과 같은 아이였어." 나의 새삼스러운 고백에 엄마는 조금 놀란 목소리로 '아 그랬어?' 그러고는 이내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지. 지나갔어, 그때처럼 별일 아닌 듯이. 하지만 엄마, 그렇다고 내가 선이였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아. 

  5를 2로 나누면 몫 2와 나머지 1이 남지. 그 나머지 1은 주로 나의 몫이었어. 좁은 길을 만나 둘씩 짝을 지어 가게 되면 자연스레 나는 뒤로 밀려났지. 다시 큰 길이 나오길 바라며 종종걸음으로 대화를 따라갔어. 나는 왜 이렇게 말주변이 없는 걸까 자책하면서 말이야. 그 시절, 누군가에게 놀림을 당하면 좀처럼 똑 부러지게 되받아치지 못하는 내가 싫었어. 이미 나를 싫어하고 있는 데에도 미움을 살까봐 바보처럼 속으로 삭이고 견뎠지. 혼자가 된다는 건 무섭기보다는 좀 슬펐어. 아무도 나를 우선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게, 막 대해도 되는 사람처럼 여기는 게. 나중에는 담담해지더라. 아니,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사실 어땠는지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나. 다만 나도 선과 같은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싶어.





  엄마가 그랬지. 선이네 엄마는 좋은 사람이라고. 다만 많이 바빠서 제대로 돌봐 줄 시간이 없던 거라고. 엄마도 그랬었어. 이제 와서 엄마를 힐난하려는 게 아니야. 사과받으려는 것도 아니고. 늦은 밤 지친 몸으로 돌아와 ‘네가 먼저 다가가 봐’ ‘용서하는 게 결국 이기는 거야’ 정도로 말을 건네는 게 엄마 나름의 최선이었겠지. 그 시절, 맞벌이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에게 뭐라 할 수 있겠어. 그리고 사실 큰 흉터 없이 잘 넘어갔어. 다행히도 나는 선과 달리 공부에 재능이 있었고, 선생님들은 선해 보이는 내 얼굴을 좋아해 줬으니. 1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고 교실이 바뀌면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도 만났고 말이야. 이제는 싫은 소리도 적당히 하고 필요한 관계는 맺을 수 있을 정도의 사회성을 갖춘 어른이 된 것 같아. 이 정도면 잘 큰 거겠지. 그런데도 이 영화가 아픈 건 선과 어른들 사이의 괴리가, 그때 우리에게도 있었고 지금도 여전하다는 게 느껴져서 그래. 사실 그 시간의 나는 그대로 남아 관계에 틈이 생기면 불쑥 튀어나와 그런 표정을 짓지만 엄마는 모두 끝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엄마는 이해 못 할 거야. 그때도 지금도. 그게 슬퍼서 그래. 그게 아파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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